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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전문가의 눈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원인, 본질, 해결방안

이 책은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을 최순실 ‘불법 사설 정부’가 합법정부의 예산을 갈취한 사건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제1부 ‘불법 사설 정부, 대한민국 예산을 접수하다’에서는 최순실의 불법 사설정부가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가져갔는지 예산전문가가 분석한다. 제2부 ‘도둑들, 그들은 누구인가’에서는 최순실, 박근혜, 차은택, 김종 등 대한민국 예산을 도둑질한 사람들을 다룬다. 예산 도둑들이 어떤 작전을 세워서 예산을 훔쳐갔는지 구체적인 방법과 인물이 들어있다. 제3부 ‘예산 도둑, 막을 수 있는 5가지 방법’에서는 예산 도둑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참신한 방식이 소개된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원인은 국회, 사정기관, 관료행정, 재벌들뿐만 아니라 국가 예산에 관심이 없었던 평범한 보통사람에도 책임이 있다고 한다. 국회, 사정 기관 등 각각의 구체적인 개혁방안이 논의된다. 예산 전문가가 실제 예산을 다루면서 오랫동안 연구하고 느낀 결과를 잘 보여준다.




대담 - 김제동과 예산을 이야기하다
서문 - 대한민국 예산, 도둑들의 먹이가 되다


제1부. 불법 사설 정부, 대한민국 예산을 접수하다

분노: 최순실 사태 어떤 의미인가
무엇을: 국가예산을, 그리고 민주주의와 사회적 자본을
어떻게: 최순실 사태 사건 총정리
누가: 기업은 피해자인가 대탐소실의 공범인가
얼마나: 1조 4천억 원의 예산을 가져가


제2부. 곳간에 다녀간 그들은 누구인가

예산서는 그들이 지난 4년간 한 일을 알고 있다
차은택의 ‘융복합 작전
김종, 뛰어난 관료 부역자
미르재단의 ‘한국형 해외원조’ 사업


3부. 예산 도둑, 막을 수 있는 5가지 방법

도둑을 막으려면 어떤 제도 개선이 필요할까
국회에 있는 깨진 유리창’없애기 : 국회를 개혁하여 제2의 최순실 없애는 방법
사정기관의‘깨진 유리창’없애기 : 사정기관을 강화하여 제2의 최순실 없애는 방법
관료행정의‘깨진 유리창’없애기 : 관료행정을 개혁하여 제2의 최순실 없애는 방법
재벌의‘깨진 유리창’없애기 : 재벌을 개혁하여 제2의 최순실 없애는 방법
우리들의‘깨진 유리창’없애기 : 전문가 및 시민참여 강화하여 제2의 최순실 없애는 방법



한 나라의 지도자가 이렇게까지 비참할 정도로 비난을 받게 되리라고 어느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대통령에서 수인번호 503번으로 전락한 한 인물을 바라보며 요즘 난 묘한 기분을 느낀다.

아버지가 대통령이었다.

오랜 기간 대통령의 딸로 살아왔으니 세상 사는 어려움을 전혀 느낄 겨를이 없었을 수도 있다.

부모 둘을 모두 일반적이진 않은 방식으로 잃은 인물에게서 정상적인 삶을 기대하는 건 어쩌면 비현실적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쨌건 그녀는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됐다.

예로부터 공약을 헛된 것으로 만드는 데에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일가견이 있어왔다.

고로 그녀의 대통령으로서의 행보를 마냥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없진 않다.

그러나 그녀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기이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무능을 입증해댔다.

어느 순간부터는 낯선 이름이 부각되기도 했는데 바로 최순실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많은 이야기들은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이라는 인물로부터 시작된다.

게중에는 부적절한(?) 관계를 암시하는 내용도 다수 보인다.

그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이라 가정하더라도 이제껏 벌어진 인들을 이해하기란 쉽지가 않다.

실상을 알고 나면 더더욱 무섭다가 못해 어처구니가 없단 생각까지 든다.

한 인물, 한 가계에 농락당할 정도의 허술한 나라에 내가 살고 있다니.

심심찮게 들어온 "유구한 역사"라는 말이 헛되이 느껴진다.

마치 옷을 입는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마냥 어디서부턴가 뒤틀리기 시작해서는 모든 게 이상해졌다.

누가 이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많은 이들이 매달렸다.

잘잘못을 가리는 일이 중요한 건 맞다.

허나 특정인만을 물고 늘어져선 곤란하다.

문제가 일파만파 번져나가기까지 우리 자신은 무엇을 했는지, 돌이켜보면 우리 또한 현 사태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 말할 순 없다.

 예산은 숫자 이상이다.

무엇에 얼마의 예산을 배정하느냐의 문제는 경제이기에 앞서 정치다.

지도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 예산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듣기 시작한 생소한 용어가 하나 있다.

창조경제.

언론에서 수시로 이에 대해 논했는데, 창조경제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난 여전히 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조직개편이 이루어졌고, 적잖은 예산이 해당 분야로 편성됐다.

조금 더 쉬운 분야로는 문화, 체육 쪽을 언급할 수 있다.

아주 새로운 사업은 없었던 듯하다.

다만 예산 규모가 점차적으로 증가했으며, 기재부에서는 이를 크게 손대지 않은 듯했다.

많은 조직에서 오너가 지시한 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따르는 편이다.

Very Important Person, VIP로 불린 대통령이 중시하는 사업엔 감히 칼을 대지 못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면을 살펴보니 공통된 인물이 등장하고, 정체 불명의 기관들과 거미줄처럼 엮인 관계가 보인다.

왜 VIP는 많고 많은 분야중 유독 문화와 체육을 강조했던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최순실이라는 인물이 보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부정축재야 이전에도 잦았다.

그러나 그녀는 예산의 헛점을 파고 들었고, 전혀 개인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끔 자신의 배를 불리기 시작했다.

정부는 정체가 모호한 조직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고, 결국 돈은 K-*** 라는 형태의 명칭을 가진 조직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 단체는 당연 최순실과 그 지인(?)들이 운영에 깊이 개입했다.

심지어 그들은 해외 원조 분야까지도 이용할 줄 알았다.

서구의 많은 국가들에 비해 원조에 박하다는 평을 들어온 정부는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아니한 채 예산을 빼돌릴 수 있었다.

현지의 욕구와는 동떨어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의 입맛에 맞추어 제공했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고야 말았다.

 어찌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최순실과 예산 도둑들>이 제시한 예산 도둑을 막는 다섯 가지 방법을 역으로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무엇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국회가, 사정기관이, 국가를 위해 일해야 할 행정관료가, 개인의 욕구 충족에만 급급했던 재벌이, 그리고 국가의 주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우리 자신이 최순실 사태를 낳았다.

대통령의 연설문을 조작(!)하고, 나아가 예산을 손아귀에 쥐고 뒤흔든 괴물의 탄생에 알게 모르게 모두가 일조하고야 말았다.

오래전 죄악을 범한 위정자들 중 법의 심판을 제대로 받은 이는 극히 드물었다.

아직 많은 것들이 밝혀지지 않았다.

잘못된 과거가 되풀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두 눈 부릅뜨고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역사가 진보한다는 믿음이 깨어지지 않을 수 있도록 하려면 잘못된 현실에 엄정한 잣대를 드리울 줄 알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