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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작가의 합동 일러스트집이 나온다는 소식에, 과연 어떤 책이 나올지 불안했더랬다. 합동이라는 이름을 내걸면, 혼자 아무리 잘 해도 별로 빛을 보지 못하고, 수준이 너무 떨어지지만 않으면 고만고만한 결과물로 제출해도 별로 눈에 띄지 않게 되는지라, 개인 작품집에 비해 성의가 없더라는 고정관념이 박혀서다. 비단 일러스트뿐만이 아니라,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유명한 작가들의 소품을 묶은 합동지는 작가 개인의 작품집보다 좋은 작품이 실릴 때가 별로 없다. 거기에다 그림풍이 비슷비슷한 작가들끼리만 비슷한 주제나 구도로 합동집을 내는 바람에, 한 명이 그린 그림인지 여럿이 그린 그림인지 분간이 가지 않아, 합동집의 의미가 퇴색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오늘의 일러스트>를 펼쳐보고, 그런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임을 알게 되었다.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어도,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을 스무 명의 작가가 그렸다는 것은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스무 명의 그림풍과 작품세계가 뚜렷이 구별되고, 독자적인 분위기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취향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몰입해서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무난하면서도 독특한 그림풍 역시 눈에 띈다. 누구나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독특한 개성이 있고, 취향이 맞지 않는 사람은 도저히 소화할 수 없는 독특한 개성이 있다면, <오늘의 일러스트> 시리즈에 실린 그림들은 단연 전자에 속한다.   그림 하나하나를 따로 떼어 액자에 넣어 감상해도 될 정도로, 정성 들이고 멋진 그림들의 향연이다. 통통 튀는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는 보는 것만도 즐겁고,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평온한 일러스트는 보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것만 같다. 번잡해 보이면서도, 왠지 모를 쓸쓸함과 절도 있는 화려함이 동시에 묻어나오는 그림은 이채롭고 유니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처럼, 다양한 20인 20색의 그림을 한 권에 오롯이, 알차게 담아내었다. 보기만 해도 충만해지는 느낌이 드는 책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책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일러스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다채롭고 멋진 일러스트를 한 권으로 감상할 수 있고, 일러스트에 관심이 없던 사람은 일러스트의 세계에 입문할 수 있게 해 주는 멋진 책이다. 이 시리즈가 앞으로도 계속 기획되어 나오면 좋겠다.

네이버 인기 연재 ‘오늘의 미술’ 책으로 만나는 한국 대표 일러스트 작가들!‘네이버 오늘의 미술 - 한국의 일러스트 작가들’에 소개되어 수많은 네티즌의 사랑을 받은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내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 23인을 모은 오늘의 일러스트 1 에 이어 20인의 작가들을 추가로 담은 오늘의 일러스트 2 는 한국 일러스트의 오늘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초호화 진용을 자랑한다. 특히 1권과 달리 일러스트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실험으로 일러스트의 경계를 확장해 나가는 작가들이 추가되어 보는 이들을 설레게 한다.많은 사람들이 그림이 속삭이는 소리를 듣지 못해 난감해 한다. 그건 어쩌면 그림이 아닌,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이 여전히 어색하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일러스트를 좋아하고, 혹은 미래의 일러스트 작가를 꿈꾸는 이들조차 우리 시대 작가들이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왜 그런 그림을 그리는지, 그림으로 밥은 먹고사는지 등을 궁금해 할뿐 속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없다며 고개를 젓는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을 ‘매일 그대와’로 변신시키는 작업. 〈오늘의 일러스트〉 시리즈는 바로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 음악에서 현대미술까지, 종이에서 사이버 공간까지, 평면에서 입체까지……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오롯이 담겨 있는 책은 1년간의 기다림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보기만 해도 황홀해지는 그림들의 향연, 다정다감한 시선으로 작가들의 고민과 꿈을 포착한 저자의 담백한 글은 이 책에서만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이다.

어느 흑인의 노래 - 유나얼
우주에서 온 앨리스 - 윤예지
어른을 위한 우화 - 이강훈
젠틀한 남자의 이야기 - 이경돈
느리게 본다는 것 - 이고은
진실의 카타르시스 이다
동심과 익살사이 - 이민혜
너, 참 아름답구나 - 이애림
색채 교향곡 - 이에스더
이우일의 고백 - 이우일
자연은 생기를 부른다 - 이진아
미지에의 초대 - 이푸로니
움직이는 스케치북 - 전주영
우아한 세계 - 조경규
허세보다 위트 - 조문기
지금까지의 모든 건 그저 허상이다 - 조송
소녀는 울지 않는다 - 한승임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 - 허정은
뽈랄라 정신 - 현태준
그리고 동그라미는 지속 된다 - 홍학순

작가의 말